Posted On 7월 7, 2025

작은 공간일수록 설계는 더 단단해야 한다

강채윤 소장 0 comments
리포루스트 건축연구소 >> Uncategorized >> 작은 공간일수록 설계는 더 단단해야 한다
리포루스트 건축연구소 글 삽입 이미지

최근에 리모델링 컨설팅을 맡은 12평 남짓한 원룸형 주거 공간이 있었다. 도면을 처음 받았을 땐, 이걸로 뭘 바꿀 수 있을까 싶었다. 욕실, 주방, 수납, 채광… 제한적인 조건들 속에서 설계자의 개입 여지가 얼마나 있을지 의심부터 들었던 게 사실이다.

그런데 현장을 직접 보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. 불필요하게 넓은 신발장, 벽 한쪽에 붙은 작은 기둥, 천장 안쪽으로 묻혀 있는 구조보 하나. 크지 않은 공간인데도 낭비되고 있는 요소들이 의외로 많았다. 결국 핵심은 크기가 아니라 ‘밀도’였다.

건축 설계를 하며 자주 부딪히는 딜레마 중 하나가 기능성과 감성의 균형이다. 특히 소형 공간에서는 실용을 따지자니 감성이 빠지고, 감성을 강조하면 생활이 불편해진다. 그래서 늘 묻는다. “이 공간에 진짜 필요한 건 뭘까?”

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수납장을 벽체처럼 활용하고, 천장 높이를 단차로 조절해 공간을 나누는 방식을 택했다. 어떤 기능을 ‘넣느냐’보다 ‘어떻게 녹이느냐’가 더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. 결과적으로 벽 하나를 허물고, 간접조명을 낮춰 설치한 것만으로도 공간이 훨씬 안정돼 보였고, 사용자도 “답답함이 사라졌다”고 했다.

설계 과정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‘제약’이다. 넓은 부지보다 작은 틀 안에서 창의성이 더 강하게 작동한다. 리포루스트 건축연구소를 운영하며 끊임없이 실감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. 공간은 결국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이고, 그릇은 작을수록 섬세하게 만들어야 한다.

현장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제약들은 늘 도전처럼 다가오지만, 그 안에 답이 있다는 걸 종종 체감한다. 그래서 나는 작은 공간일수록 더 단단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믿는다. 공간이 작을수록, 삶의 밀도는 더 짙어지니까.

답글 남기기

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. 필수 필드는 *로 표시됩니다

Related Post

NHL 중계, 경기 후 뒷이야기! 논란의 장면 & 심판 판정 분석

생생한 NHL 중계 뒷이야기: 현장 경험이 말해주는 진짜 NHL NHL 중계, 경기 후 뒷이야기! 논란의…

해외선물 수수료 협상, 불가능은 없다: 억대 자산가의 리얼 협상 스토리

해외선물, 왜 수수료 협상이 중요할까?: 억대 자산가가 밝히는 복리 효과의 비밀 해외선물 수수료 협상, 불가능은…

월급 빼고 다 오르는 시대, 소소이지 투자로 경제적 자유를: 현실적인 투자 전략

월급만으로는 답이 없다: 소소하지만 확실한 투자, 왜 시작해야 할까?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시대, 소소이지…